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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10시 서울시 강남구 △△아파트 1층. 헌책 수거업체 올댓북스에서 일하는 박동건(21)씨의 첫 방문지다. 김가희(가명)씨는 아이가 고3이 되자 더는 읽지 않는 어린이·청소년 책들을 내놓았다. 김씨는 “이것도 안 버리려는 걸 어제 협상했어요”라며 “이거 옮기느라 몸살 났다”고 말했다. 책장엔 동화책과 수험서 등이 가득 꽂혀 있다.

온라인 중고서점 등록과 발송 업무를 하는 고은씨는 그를 “쌤”이라고 부른다. 수거를 하는 정승민씨(21)나 동건씨는 “사장님”이라 부른다. 호칭만 들어도 그가 걸어온 길이 드러난다. 고은씨가 학생이던 시절, 그는 공부방을 운영했다. 자주 가던 서점 주인이 어느 날 그를 구슬렸다. “정말 잘할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는 서점을 인수했지만, 그때부터 매출은 줄기 시작했다. “그분이 이제 책의 시대는 갔구나라는 걸 감지하셨나 봐요.”

서점을 접고 그는 코인노래방 2곳을 운영했다. 승민씨와 동건씨는 그 노래방의 단골이었다. 그러다 코로나가 닥쳤다. 노래방은 폐업 1위 업종이었다.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일이었어요. 다 막히니까 당장에 월세를 내야 해서 고물상 같은 데를 쫓아다니면서 중고책을 샀습니다.” 그렇게 중랑구 건물의 지하를 빌려 시작한 것이 헌책 수거사업이다.

승민씨가 이틀간 어린이집에서 수거해온 책을 트럭에 싣고 도착한다. 보통은 좍 훑어보며 ‘20%’의 생존자를 골라내지만, 이번에는 내리지도 않고 그대로 싣고 간다. 어린이집 등에서 들어오는 책은 손때가 많이 타 팔 만한 게 거의 없다. 혹시 포장을 안 벗긴 책이 있는지 확인하고 끝낸다. “애들 책은 특히 수명이 짧아요. 아이가 크면서 정리하는데, 10년이면 다 버려지게 되지요. 전화 오는 데가 10통 중 8통이 아동 도서 버리는 곳입니다. 부모님들이 추천 도서 위주로 새 책을 사니까요. 딜러니까 수요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외에도 폐기장 직행 도서는 베스트셀러. “정말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10통 중 한 통은 어르신이 남기신 책을 정리하겠다는 전화다. “끝까지 버리지 못하고 갖고 계셨던 좋아했던 책들이 모여 있죠. 소중하게 간직한 80년대, 90년대 옛 서적들이지만, 여기 오면 그냥 폐지인 거죠.”

“이건 너무 많이 봐서 한번 더 샀던 책인데, 버리자고 겨우 설득했어요. 이건 미국에서 사서 여기까지 들고 왔던 건데…” 자기 것이 아니어도 책은 추억을 대변한다. “기름값이라도 나와야 할 텐데요. 이 책은 선생님이 사라고 한 참고서인데 들춰보지도 않았고….이 ○○○ 시리즈는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헌책 수거업체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의뢰인의 바람과 달리, 학습서는 거의 판매되지 않는다. 인기 많은 ○○○ 시리즈는 그만큼 물량이 많이 풀려 수요가 따라가지 못한다. “우리 아이가 매일 부지런히 종이를 집으로 나른 셈이었네요.” 모의고사 시험지와 프린트물까지 바나나상자 9박스에 가득 채워졌다. 바나나상자의 바닥은 구멍이 뚫려 있어 넓은 책이나 종이로 막는다. 상자가 가볍고 뚜껑이 있어 쌓기 좋을 뿐만 아니라 싸다. “사장님이 떨어졌다 싶으면 어딘가에서 사오세요.”

헌책 수거의 편의성은 장애인 이동권의 실현 정도에 비례한다. 방문한 아파트는 1층이지만, 꽤 많은 계단을 올라야 했다. 동건씨는 카트에 상자를 쌓아 현관 밖으로 꺼낸 뒤, 집 문은 ‘닫아드리고’ 카트 위 짐은 등에 메고 수거차량(봉고차)까지 나른다. 이삿짐센터에서 책 많은 집을 제일 싫어하는 이유는 무게 때문이다. 편의를 위해 한 박스에 최대한 많이 담는다. 한 박스에 20~30㎏씩 나간다. 그런 상자를 두 개씩 등에 얹어 옮긴다.

수거업체의 또 큰 변수는 주차다. 수거지 진입로 앞은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이라, 수거 차량을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세워야 했다.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 5층은 힘들긴 하죠. 그런데 계단은 힘으로 하면 되지만 주차는 잘못하면 벌금을 무니까요. 그래서 미리 전화해서 주차에 대해서 물어봐요. 주차를 못해서 뱅뱅 돌다가 수거를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동건씨는 군대를 갓 전역한 팔팔한 청춘이다. 고등학교 때는 레슬링을 했다. 키가 180㎝ 가 넘는다. “우리 체급은 선수가 많지 않아서 2~3번 이기면 우승해요.” 고등학교 시절 딴 금메달 얘기를 그는 별거 아니라는 듯 이야기한다. 술도 담배도 커피도 하지 않는데, 식당에서 밥은 2인분을 먹는다. “맛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올댓북스는 경기도와 서울 동쪽 지역(서쪽 지역은 다른 업체를 안내해준다)의 의뢰인의 거주지를 방문해 수거한다. 책 사진을 미리 보내면 ‘매입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매입할 만한 책들이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신 책을 수거하면서 책장이나 가전제품, 옷처럼 함께 버릴 물건이 있다면 같이 수거해준다. 문현용(46) 대표는 “책을 주시라, 우리가 힘을 쓰겠다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집에서는 책장 가득 책이 꽂혀 있었고, 책과 함께 책장도 수거했다. “좁은 집으로 이사가게 되어 정리하고 있어요.” 의뢰인의 말이다. 황석영 ‘바리데기’ 박완서 ‘옳고도 아름다운 당신’ 제프리 디버 ‘소녀의 무덤’ ‘민중 엣센스 일본어 한자 읽기 사전’ ‘트렌드 코리아2015’. 책장을 20~30년의 무게가 누르고 있다. 이번에는 경사로가 있어 카트를 그대로 밀고 나올 수 있었다.

수거할 때마다 빈 박스를 꺼내고, 책 박스를 집어 넣어 정리한다. “테트리스죠. 앗, 책장을 안 넣었네요.” 가벼운 볼펜판촉물 한숨. 다시 테트리스. 그날의 가장 큰 고난이었다.

세번째 수거지는 책을 문 앞에 내놓은 석촌동의 빌라. 의뢰인은 밖에 30여권의 책을 내놓고 출근했다. “오늘 같은 날이 없어요. 1년에 한 번?” 누가 뭐래도 책은 학생들과 함께 움직인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매일 고단하게 수거했지만, 개학 후엔 이렇게 한가한 날도 찾아온다. 동건씨는 두 군데를 더 들른 뒤, 쌓인 책을 실어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창고로 향한다.

창고에 도착하면 분류가 시작된다. 가져온 책장들은 쪼개서 쌓고, 옷은 헌옷 수거 업체에, 가전제품은 중고 매장에 판다. 돈이 될 만한 물건은 대부분 의뢰인이 중고물건 교환앱 ‘당근’이나 중고가전 처리 업체에 넘긴 경우가 많아, 가격이 없는 물건이 대부분이다. 대신 올댓북스가 가장 많이 처리하는 것은 책이다. 책은 둘 중 하나다. 부활할 것인가, 부활하지 못할 것인가. 오랫동안 책과 함께 살아온 문 대표가 ‘책의 운명’을 가늠한다. 어떤 서바이벌보다 생존자는 적다.

“80%는 폐지 업체에 버려요. 나머지 20%는 인터넷 서점의 중고 매장을 통해 팔거나 헌책방에 넘깁니다.” 드라마 세트장으로도 향한다.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 헌책방 ‘도담책방’은 주인공들의 주요한 만남과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였다. 어떤 드라마는 영어책만으로 채워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재벌가의 서재를 꾸미려던 것이었을까.

책이 쌓인 창고는 두 동. 한 동에는 헌옷 수거업체에서 가져가기 전 헌옷이 그물망에 담겨 쌓여 있다. “책보다도 옷이 kg당 단가가 높아요. 그래서 옷도 주시는 대로 받아오게 되었죠.” 안으로 들어가면 영어책이 가득하다. “한 장서가가 지하 가득 영어책만 모으셨더라고요. 좀 비싸게 샀습니다. 책장까지 들고 와서 옮겨놓았죠.” 하지만 수요가 적어 그 책들은 오랫동안 공간만 차지하고 있다.

다른 한 동은 온라인 중고서점 전용 창고다. 주문이 들어오면 책을 쉽게 찾을 수 있게 정리되어 있다. “들어오는 대로 채워넣었죠. 책을 등록하고 그 칸 번호를 함께 입력해놓았어요. 그래서 혹시나 책을 다른 곳으로 옮겨놓으면 영영 못 찾습니다.”

허고은(24)씨가 에스오에스(SOS)를 외쳤다. 있던 위치 주변을 뒤져보니, 다행히 찾았다. “가끔 창고로 와서 책을 직접 사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오라고 하지를 못”한다. 온라인 중고서점에 올라 있는 책만 해도 3만권. “많은 것도 아니예요. 다른 창고의 영어 책까지 모아서인데, 10만권, 20만권 있는 중고 서점도 있어요. 어떻게 관리하시는지…”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눌 공간도 없다. 창고는 온통 책이 점령했다. “그래도 이전에 중랑구 지하에서 할 때보다는 낫죠. 여름에 덥기도 했지만 그때는 계단으로 오르내리느라 ‘이러다 무릎이 아작이 나겠다’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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